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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 3년의 공백, 그리고 5억 원의 행방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리무진 버스 안, 민준 씨는 손에 쥔 여권을 만지작거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미국 지사로의 3년 파견. 커리어에 있어 놓칠 수 없는 기회였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돌덩이 같은 걱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바로 통장에 잠자고 있는 5억 원 때문이었다.
"민준아, 가서 몸조심하고... 네가 두고 간 돈, 엄마가 잘 보고 있다가 좋은 급매물 나오면 그걸로 집 넓혀서 이사 가도 되겠니? 너 돌아오면 같이 살게."
어머니의 말씀은 고마웠지만, 민준 씨는 덜컥 겁이 났다. '내 공인인증서를 엄마한테 드리고 가야 하나? 아니지, 그거 불법이라던데... 만약 엄마가 그 돈으로 집을 사면 국세청이 증여라고 세금을 때리지는 않을까? 나중에 내가 돌아왔을 때 내 돈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하지?'
금융 실명제법과 증여세법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민준 씨는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단순히 "엄마니까 믿고 맡긴다"로는 해결되지 않는 법적인 문제들. 과연 민준 씨는 출국 전, 이 5억 원을 안전하게 지키면서도 어머니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합법적인 세팅'을 마칠 수 있을까?
🏦 방법 1: 공동명의 통장 (단독 인출의 어려움)
질문자님께서 가장 먼저 떠올리신 '공동명의 통장'에 대해 명확히 짚어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1. 한국의 공동명의 통장 현실 🚫
해외(미국 등)의 'Joint Account'는 부부나 가족 중 누구 한 명의 서명만으로도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은행 시스템에서 공동명의 예금은 성격이 다릅니다.
인출의 불편함: 원칙적으로 공동명의자 전원의 도장과 신분증이 있어야 출금이 가능합니다. 어머니 혼자서 돈을 빼 쓰시게 하려면 통장 개설 시 '단독 인출 약정'을 별도로 맺어야 하는데, 은행에 따라 이를 거부하거나 절차가 매우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압류 위험: 만약 공동명의자 중 한 명(예: 어머니)에게 채무 문제가 생기면, 이 통장 전체가 가압류될 수 있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2. 세무적인 오해 ⚠️
공동명의로 해두면 세금 문제가 없을까요? 아닙니다. 국세청은 자금의 원천을 따집니다.
통장에 5억이 있는데 어머니가 그 돈을 빼서 어머니 명의의 집을 샀다? -> 공동명의 통장이었더라도 돈의 출처가 아들이라면 증여로 봅니다. 즉, 공동명의가 증여세를 피하는 방패가 되어주지 못합니다.
📝 방법 2: 은행 '대리인 지정' 및 가족 안심 서비스 (가장 현실적)
질문자님이 해외에 계신 동안 어머니가 은행 업무를 보시게 하는 가장 합법적이고 깔끔한 방법입니다. 출국 전에 반드시 은행 창구에 방문해야 합니다.
1. 예금주 본인의 대리인 지정 신청 👩💼
은행에 어머니와 함께 방문하여, 특정 계좌에 대해 어머니를 '거래 대리인'으로 지정하세요.
준비물: 본인 신분증, 어머니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 본인 도장(또는 서명).
효과: 어머니는 본인의 신분증과 도장만 가지고도 해당 계좌에서 입출금, 예금 해지, 송금 등의 업무를 합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공인인증서를 공유하는 불법 행위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2. 해외 체류자 인증 서비스 등록 🌐
해외 나갈 때 한국 핸드폰을 정지하거나 해지하면 본인 인증이 막혀서 뱅킹이 불가능해집니다.
은행마다 '해외 체류자 인증' 또는 '해외 IP 차단 해제'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를 신청해 두면, 해외 유심을 끼운 상태에서도 질문자님이 직접 모바일 뱅킹으로 자금 흐름을 체크할 수 있습니다.
💸 가장 중요한 문제: 집 살 때 쓰면 '세금'은?
"어머니가 집을 매입하실 때 같이 사용하셨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돈의 관리가 문제가 아니라, 사용이 문제입니다.
시나리오 A: 어머니 명의로 집을 사는 경우 (증여세 이슈) 🏠
어머니가 질문자님의 돈(예: 3억 원)을 보태서 어머니 명의로 집을 샀습니다. 국세청은 이를 아들이 어머니에게 돈을 공짜로 준 것, 즉 '증여'로 봅니다.
증여세 공제 한도: 성인 자녀가 부모님께 드릴 때 10년간 5천만 원까지만 세금이 없습니다.
문제점: 5천만 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10~50%의 증여세가 부과됩니다. 나중에 질문자님이 귀국해서 "내 돈 내놔"라고 해도, 이미 세금은 나간 상태입니다.
✅ 해결책: '금전 소비대차 계약(차용증)' 작성 📜
증여세를 피하고, 나중에 "이건 원래 내 돈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어머니께 돈을 드리는 게 아니라 '빌려드리는' 형식을 취해야 합니다.
차용증 작성: "아들 OOO은 어머니 OOO에게 금 3억 원을 빌려준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씁니다.
이자 지급: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가족 간의 차용은 국세청이 잘 믿어주지 않습니다. 진짜 빌려준 것임을 증명하려면 법정 적정 이자(연 4.6%)를 주고받은 기록이 통장에 남아야 합니다.
Tip: 이자를 안 받아도 되는 예외 구간이 있습니다. 연간 이자액이 1천만 원 미만이면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습니다. (원금 약 2억 1,700만 원까지는 무이자 차용 가능)
원금 상환: 언젠가는 어머니가 집을 팔거나 돈을 마련해서 질문자님께 원금을 갚아야 합니다.
시나리오 B: 질문자님(본인) 명의로 집을 사는 경우 🏗️
어머니가 대리인 자격으로 질문자님의 돈을 꺼내서, 질문자님 명의로 집을 계약해 주는 경우입니다.
세금 문제: 이 경우는 내 돈으로 내 집을 사는 것이므로 증여세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필요 조치: 부동산 매매 계약에 대한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출국 전에 넉넉히 발급해 두고 가셔야 합니다. (해외 영사관에서 위임장을 발급받아 보내는 방법도 있지만 번거롭습니다.)
🚨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 (금융실명법 위반)
편하다고 해서 아래와 같이 하시면 나중에 큰코다칩니다.
공인인증서/비밀번호/OTP 넘겨주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입니다. 가족이라도 처벌받을 수 있으며, 해킹 등 금융 사고 발생 시 은행에서 보상해 주지 않습니다.
어머니 통장으로 미리 돈 옮겨두기: "일단 엄마 통장에 넣어두고 내가 관리할게" -> 이체하는 순간 국세청은 이를 증여 추정으로 봅니다. 나중에 다시 돌려받아도 증여세가 두 번(갈 때, 올 때) 부과될 수 있는 최악의 수입니다. 돈은 무조건 본인 통장에 두셔야 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그냥 제 체크카드를 어머니께 드리고 가면 안 되나요?
🅰️ 생활비 정도의 소액 결제나 현금 인출은 현실적으로 많이들 그렇게 합니다. 하지만 집을 사는 거액의 자금을 체크카드로 긁거나 인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카드 양도 역시 약관 위반 사유입니다.
Q2. 차용증을 썼는데 공증을 꼭 받아야 하나요?
🅰️ 필수는 아니지만,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공증이 번거롭다면 우체국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차용증을 스캔해서 본인 이메일로 보내두어 '날짜 확정력(작성 시기 입증)'을 확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3. 어머니와 공동명의로 집을 사면 어떤가요?
🅰️ 좋은 방법입니다. 집 지분의 50%는 어머니 돈으로, 50%는 질문자님 돈으로 산다면 자금 출처가 명확하므로 세금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질문자님의 매수 의사를 대리할 위임장이 필요합니다.
Q4. 제가 해외에 나가 있으면 한국 세법 적용을 안 받나요?
🅰️ 아닙니다. 한국에 자산이 있고, 한국 국적자라면 증여세 및 소득세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특히 '비거주자'로 분류될 경우 세금 공제 혜택이 줄어들어 세금을 더 많이 낼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 요약 및 제안
질문자님, 액수가 큰 만큼 '믿음'보다는 '서류'로 준비하고 떠나셔야 합니다.
가장 추천하는 솔루션:
돈 보관: 돈은 질문자님 명의의 통장에 그대로 둡니다.
관리 권한: 출국 전 은행에 가서 어머니를 해당 계좌의 '거래 대리인'으로 지정합니다. (인출 권한 부여)
부동산 매입 시:
어머니 명의 취득 시: 돈을 이체해 드리고 '차용증'을 씁니다. (빌려준 돈임을 명시)
본인 명의 취득 시: 부동산 계약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어머니께 맡깁니다.
이렇게 해야 나중에 국세청에서 자금 출처 조사가 나와도 "어머니가 내 돈을 관리해 주신 것이고, 집 살 때 빌려드린 것이다(또는 내 집을 산 것이다)"라고 당당하게 소명할 수 있습니다. 세금 문제는 사후 수습보다 사전 예방이 백번 낫습니다.
준비 잘하셔서 마음 편히 해외 다녀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