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차량, 자녀에게 '헐값'에 넘겨도 괜찮을까요? (시가, 증여세, 부당행위계산부인 완벽 해설)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님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고민이 있습니다. 법인 명의로 잘 관리해 온 차량이 있는데, 마침 자녀가 운전면허를 땄거나 차가 필요하게 된 상황. "어차피 중고차로 팔 바에야, 우리 아이에게 저렴하게, 혹은 그냥 넘겨주는 게 낫지 않을까?"

가족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 거래에는 당신과 자녀 외에, 아주 냉정하고 꼼꼼한 제3의 관찰자가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바로 '국세청'입니다.

법인과 개인, 특히 그 개인이 대표이사의 가족과 같은 '특수관계인'일 때의 자산 거래는, 국세청이 가장 예민하게 지켜보는 영역 중 하나입니다. "가족끼리인데 뭐 어때"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임의로 가격을 정해 거래했다가는, 수년 뒤 생각지도 못했던 '법인세'와 '증여세'라는 세금 폭탄을 맞고 후회하게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법인 차량을 개인, 특히 자녀에게 양도할 때 왜 마음대로 가격을 정하면 안 되는지, 세법이 요구하는 '객관적인 시가'란 무엇이며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무시했을 때 어떤 무서운 세금 문제가 발생하는지 A부터 Z까지 완벽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 매우 중요: 본 글은 법인과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에 대한 세무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전문가의 세무 자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실제 차량 양도 전에는 반드시 세무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여 본인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절세 및 법적 대응 전략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 문제의 본질: '법인'과 '대표이사'는 남이다

이 모든 세금 문제의 출발점은, 법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바로 '법인'과 '개인(대표이사 포함)'은 법적으로 완전히 별개의 인격체라는 사실입니다.

  • 법인격(法人格)의 분리: 법인은 주주나 대표이사와는 독립된, 스스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는 '법적인 사람'입니다. 따라서 법인 명의의 자동차는 대표이사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법인'이라는 독립된 인격체의 자산입니다.

  • 특수관계인 거래의 감시: 세법은 법인이 그 지배주주나 임원, 또는 그 친족 등 '특수관계인'과 거래할 때, 법인의 이익을 부당하게 개인에게 이전시켜 세금을 회피(조세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매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합니다. 법인 차량을 자녀에게 '싸게' 파는 행위는, 바로 이 '법인의 이익을 부당하게 이전'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 황금률: 모든 거래의 기준, '시가(時價)'를 찾아라

그렇다면 국세청이 인정하는, 문제가 없는 거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단 하나, '시가(時價, Market Price)'에 따라 거래하는 것입니다.

  • 세법상 '시가'란?: 시가란, 특수관계인이 아닌 완전히 남남인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거래가 이루어질 때 형성되는 객관적인 교환 가치를 의미합니다.

  • 법인 차량의 '시가' 산정 방법: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 회사 차의 시가는 어떻게 정하나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중고차 시세 사이트 활용 (가장 보편적이고 확실한 방법) 💻: SK엔카, K-Car, KB차차차 등 공신력 있는 대형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 접속하여, 우리 회사 차량과 동일한 차종, 연식, 주행거리, 옵션, 색상, 사고 유무 등의 조건을 설정하여 검색합니다. 이때 검색된 유사 매물들의 평균적인 시세가 바로 국세청이 인정하는 가장 객관적인 '시가'가 됩니다.

      • 증빙 자료 확보: 이 과정에서 반드시 검색 결과 화면을 날짜가 나오도록 캡처하거나 출력하여, 우리가 시가를 이렇게 합리적으로 산정했다는 객관적인 증빙 자료를 남겨두어야 합니다.

    2. 감정평가 📝: 차량이 매우 희귀하거나, 사고 이력이 복잡하여 시세 비교가 어려운 고가의 차량이라면, 감정평가법인의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감정가액'을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3. '장부가액'의 함정 簿: 많은 대표님들이 "회계 장부상의 가치(장부가액 = 취득가액 - 감가상각누계액)대로 팔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착각입니다. 장부가액은 회계상의 수치일 뿐, 세법이 우선적으로 인정하는 '시가'가 아닙니다. 특히 연식이 얼마 되지 않은 차량은 장부가액보다 중고차 시세가 훨씬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거래했다가는 아래에서 설명할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 가장 무서운 세금 폭탄: '시가'를 무시했을 때 벌어지는 일

만약 시가를 무시하고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자녀에게 차량을 양도했다면, 법인과 자녀 양쪽 모두에게 다음과 같은 세금 폭탄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1. 법인에 대한 제재: 부당행위계산부인 (法人稅)

  • '부당행위계산부인'이란?: 이름부터 무시무시한 이 규정은, 법인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통해 법인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될 경우, 세무서가 그 거래 자체를 '부인(否認)'하고, '시가'를 기준으로 소득을 다시 계산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강력한 제재입니다.

  • 적용 조건: 시가와 거래가액의 차이가 시가의 5% 이상이거나, 3억 원 이상인 경우에 적용됩니다.

  • 세금 폭탄 시뮬레이션:

    • 차량 시가: 5,000만 원

    • 자녀에게 판매한 가격: 2,000만 원

    • 시가와 거래가액의 차이: 3,000만 원 (시가의 60%에 해당, 5% 기준 초과!)

    • 국세청의 판단: "이 법인은 5,0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특수관계인인 딸에게 2,000만 원에 팔아 3,000만 원의 소득을 부당하게 줄였다."

    • 결과: 법인은 2,000만 원이 아닌, 시가인 5,000만 원에 차량을 판 것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차액 3,000만 원에 대한 법인세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며, 신고 및 납부 불성실에 대한 무거운 가산세까지 함께 부과됩니다.

2. 자녀에 대한 제재: 증여세 (贈與稅)

  • '증여'로 보는 이유: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대가로 자산을 이전받았다면, 그 차액만큼을 사실상 '증여'받은 것으로 봅니다.

  • 적용 조건: 시가와 거래가액의 차이가 시가의 30% 이상이거나, 3억 원 이상인 경우에 증여세가 과세됩니다.

  • 세금 폭탄 시뮬레이션 (위 사례 이어서):

    • 시가: 5,000만 원

    • 자녀가 지불한 가격: 2,000만 원

    • 시가와 대가의 차액: 3,000만 원

    • 증여세 과세 기준: 시가(5,000만 원)의 30%는 1,500만 원입니다. 차액(3,000만 원)이 이 기준을 초과합니다.

    • 결과: 자녀는 법인으로부터 3,000만 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봅니다. 여기에 증여재산공제(직계비속 10년간 5천만 원) 한도를 이미 다 사용했다면, 이 3,000만 원에 대해 고스란히 증여세를 신고하고 납부해야 합니다. 만약 신고하지 않았다면 무거운 가산세가 뒤따릅니다.


🚗 그래서, 가장 안전한 절차는 무엇일까?

세금 폭탄을 피하고, 가족 간의 좋은 취지의 거래를 법적으로 완벽하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래의 4단계 절차를 준수해야 합니다.

  • 1단계: 객관적인 '시가' 산정 및 증빙 자료 확보 중고차 사이트를 통해 유사 매물의 시세를 철저히 조사하고, 캡처 등 객관적인 증빙 자료를 확보하여 합리적인 거래 가격을 결정합니다.

  • 2단계: 차량 양수도 계약서 작성 법인을 '양도인', 자녀를 '양수인'으로 하는 정식 차량 양수도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계약서에는 차량 정보, 양도 금액(시가), 양도일 등을 명확히 기재하고 양측이 서명 날인합니다.

  • 3단계: '투명한' 대금 송금 및 회계 처리 (가장 중요!) 🧾 이것이 모든 것의 증거입니다. 자녀는 반드시 본인 명의의 개인 통장에서 법인의 공식 계좌(법인 통장)로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 전액을 '계좌이체' 해야 합니다. 현금 거래는 절대 안 됩니다. 법인은 이 거래에 대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회계 장부에 차량 매각으로 인한 유형자산처분이익(또는 손실)을 정확하게 기록해야 합니다.

  • 4단계: 차량 명의 이전 위의 계약서와 계좌이체 내역, 세금계산서 등을 구비하여 차량등록사업소에서 법인 명의에서 자녀 개인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록을 마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제가 대표이사인데, 그냥 제 개인 명의로 이전하면 안 되나요? 

A. 절대 안 됩니다. 법인 자산을 정당한 대가 없이 대표이사 개인 명의로 이전하는 행위는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여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무적으로도 대표이사에 대한 '상여(보너스)'로 처리되어, 대표이사의 근로소득에 합산되어 막대한 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Q2. 차량의 장부가액이 2,000만 원이고, 시가도 2,000만 원입니다. 이 가격에 팔면 문제없나요? 

A. 네, 시가와 장부가액이 동일하다면 그 가격에 거래하는 것은 전혀 문제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장부가액이 아니라 '시가'입니다. 만약 시가가 2,500만 원인데 장부가액인 2,000만 원에 팔았다면, 여전히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Q3. 딸이 차 살 돈이 없는데, 제가(대표이사) 돈을 빌려줘서 그 돈으로 법인 차를 사게 해도 되나요? 

A. 이는 또 다른 복잡한 세금 문제를 야기합니다. 부모 자식 간의 금전 거래는 '차용'이 아닌 '증여'로 추정받기 쉽습니다. 만약 차용으로 인정받으려면, 별도의 차용증을 작성하고 법에서 정한 적정 이자(현재 4.6%)를 실제로 수수해야만 증여세 문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은, 매우 복잡한 거래입니다.

Q4. 차가 너무 낡아서 시가가 100만 원밖에 안 합니다. 100만 원에 팔아도 괜찮나요? 

A. 네, 괜찮습니다. 중고차 사이트 등에서 해당 차량의 객관적인 시가가 100만 원이라는 것을 증빙할 수만 있다면, 그 가격에 거래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거래 가격이 시가에 부합하는지'가 핵심입니다.


마치며: 가족 간의 거래일수록, 더 투명하고 원칙대로

법인 차량을 자녀에게 넘겨주고 싶은 대표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법인'이라는 독립된 인격체가 관련된 순간, 그 거래는 더 이상 단순한 가족 간의 용돈 거래가 아닌, 세법의 엄격한 감시를 받는 공식적인 '거래'가 됩니다.

오늘 알려드린 황금률을 꼭 기억하십시오. 객관적인 '시가'에 근거하여, 투명한 '계약서'와 '계좌이체'로 거래하는 것. 이것만이 수천만 원의 세금 폭탄을 피하고, 자녀를 위하는 좋은 마음이 탈세라는 오명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유일한 길입니다. 몇십만 원의 세무사 상담 비용이, 미래의 수천만 원의 가산세를 막아주는 최고의 보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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